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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모두가 운전이랑은 친하지가 않아, 심지어 나랑 다른 한명은 운전면허증도 없어서 우린 기차를 타고 비에이로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삿포로 미도리구치로 가서 티켓팅을 하는데, 남자 직원이 정말 불친절했다. 직원이 이처럼 불친절한 적은 처음이어서 진짜 기분이 다운되었다. 직원이 서로 합쳐서 계산할지 물어봤는데 아침이라 머리가 안 돌아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끄덕했다 금액 보여주고 나서 미안하다고 따로 계산한다고 하니 정말 인상 팍 찡그리면서 다시 정정해주더라. 일본 여행 해오면서 직원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건 처음이라서 충격이었다. 내 차례가 지나고 다른 일본인이 그 직원한테 티켓팅을 하는걸 얼핏 봤는데 친절하드라.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친구들이 너무 마음 상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기차 플랫폼에서 기다리니 우리가 탈 기차가 도착했다. 

삿포로에서 비에이까지 가는 직통으로 가는 기차는 없어, 우리는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로 가서 다시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로 가는 기차를 타야했다. 금액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왕복 5,560엔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티켓팅할때 비에이로 가고 왕복으로 발권해달라고 하면 직원이 알아서 총 네장의 기차표를 발권해준다.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로 도착, 비에이로 가는 기차로 갈아탔다. 비에이로 가는 기차는 한량이었던가 두량짜리였던 작은 기차였다. 

기차에서 내리자 하얀 눈들이 쌓인 역이 우리를 맞이한다. 예전 일본 영화 철도원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그야말로 설국 그 자체인 모습이었다.

삿포로역이나 아사히카와역과는 다르게 작고 소담한 느낌의 비에이역

역 앞 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서 있는 눈사람들이 너무 귀여웠다.

정말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고드름, 비에이에 도착하고 나서는 눈을 보고 흥분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부산에서 평생 자란 나는 이렇게 눈이 쌓인 모습을 보는게 힘들었다. 그래서 눈만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괜시리 하얀 눈에 손바닥 자국도 내보고 미친년처럼 좋아했었다. 하지만 손이 시려워서 고함도 같이 질렀다는거. 거리에 우리밖에 없어서 다행이었지 누가 있었으면 정말 쪽팔렸을꺼다.

택시투어를 하기전까지 한시간정도가 남아있어 우리는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역에서 이런 통로를 지나 비에이역 뒷 편으로 가면 갈 수 있는 코에루. 괜히 음식점 찾아 헤매기도 싫고 카레우동도 먹고 싶어서 코에루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부가 넓고, 따뜻한 분위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메뉴판에 사진이 있기때문에 굳이 한국어 메뉴판이 필요치 않았다.

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새우튀김, 바삭바삭해서 맥주랑 딱이었다.

친구가 시킨 돈까스 카레, 매콤한 카레랑 바삭한 돈까스가 잘 어울렸다. 내가 시킨것보다 더 맛있었다.

내가 시킨 야끼 카레 우동, 치즈와 카레 그리고 부드러운 우동 면발이 맛있었다. 그래도 역시 카레는 밥이라는걸 친구의 돈까스 카레 한입먹고 깨달았다. 

푸짐한 한상

디저트로 같이 나온 우유푸딩, 우유푸딩은 그냥 진리다.

언 몸을 녹이기에 제격인 계란 스프

내 메뉴보다 친구의 메뉴를 더 열심히 찍은건 그냥 사심이 조금 들어갔기 때문이다.

역시 일본에서 마시는 생맥주, 나마비루는 최고다. 점심부터 맥주 한잔 하기! 일본에서 가장 좋은 점은 대 낮에 반주로 맥주를 마셔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맥주랑 함께하는 식사는 가히 최고다! 

맥주와 맛있는 한끼, 그리고 하얀 눈을 보고나니 아침의 불쾌한 기분이 사라지고 어느새 비에이 택시투어를 기다리는 내가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최고의 보약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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