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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 온 지 이제 두달이 다되어 간다. 근 두달 동안 느낀 점을 정리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워낙 집순이에다가 사교성 제로여서 다른 사람들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크게 없었다.

내가 토론토에 온 목적은 영주권이다. 20대 중반에 큰 상실감과 내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느끼고, 삶자체가 버거울 때 도피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를 갈려고 했지만 어째저째 하다보니 이민으로 가닥을 잡게되었다. 거지같은 회사에서 만 5년을 일 했는데 자기네들 필요할때는 그만둔다고 하니 붙잡다가 내가 필요없어지니 그만두라고 압박을 주고 내가 그만둔다고 먼저 말을 안 하니 결국 그만두라고 통보했다. 정말 그때 내 인생에서 세번째로 비참한 기간이었다. 물론 자기네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이만한 회사는 없을꺼라고 착각속에 빠져 살고 있을테지만. 내가 퇴직금이랑 막달 월급, 그리고 실업급여때문에 얼마나 아부성 멘트를 많이 날렸는지... 마지막 송별 회식때도 내가 일차만 하고 집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싫다는 사람 억지로 이차까지 끌고갔다. 거기다가 아쉬우니 노래방가자고 해서 너무 늦었다고 집에 가자고 막 애원해서 겨우 파했다. 그 때가 밤 12시였지. 뻑하면 인수인계 제대로 안하면 실업 급여 못 받게 한다면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던 사람들, 나는 인수인계 다운 인수인계도 못 받았는데... 인수인계서만 10장을 만들었다. 진짜 회사놈들 잘먹고 잘 살아라!

각설하고, 회사 욕 할꺼는 너무 많기때문에 ㅋㅋㅋㅋ

여튼 회사를 그만두고 IELTS학원을 다니면서 겨우 overall 6.0을 맞춰서 Centennial College Pre-Health Science 코스 입학 허락을 맡았다. 것도 each 5.5는 충족하지 못해서 조건부 입학이었지만, writing이랑 speaking점수가 안습이었다. 그래서 배치고사치고 1000불 더 내고 영어 수업 더 들어야한다. 아 내돈 ㅠㅠㅠ 일년 동안 프리헬스 수업을 패스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Massage Therapy를 전공하게 된다. 

한 평생 영어권 나라는 여행조차 해 본적이 없어 매 순간이 멘붕의 연속이다. 회화가 안되니 친구를 사귀는 건 정말 힘들고,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조차 되지않는다. 안그래도 공항에서 내려서 학생비자 받는데 너무 정신없고 긴장되니 못 알아듣는 영어 더 못 알아들어서 비자 심사관 빡치게까지 했다. 그 때 캐나다의 이미지는 한국에서 생각했던거랑 달리 너무나 차가웠다. 그래도 한국인이 통역해줘서 어찌저찌 학생비자와 Sin number를 무사히 받고 인터넷으로 예약한 홈스테이로 갈 수 있었다. 

홈스테이는 무척이나 비쌌다. homestay.com으로 예약했는데, 여긴 하루 숙박료로 계산하고 다른 홈스테이 예약하는 곳보다 비싸다. 여기 이용하는건 정말 비추! 하지만 선천적 게으름때문에 토론토 오기 1주일전에 숙박할 곳을 찾다보니 여기밖에 답이 없었다. 한달동안 머문 집은 나름 홈맘이 날 신경써주고 음식도 난 누가 차려주는거 자체가 감지덕지였기때문에 그리 불만은 없었다. 다만 너무 춥고, 너무 외곽이라 어서 집을 옮기고 싶었다. 어디를 갈려고 해도 기본 한 시간은 잡아야했다. 심지어 학교는 두시간이 걸렸어. 홈맘은 내가 더 살기를 원했지만, 숙박비도 네고해준다고 했지만 어디를 나가도 너무 멀고 방이 너무 추웠다. 베이스먼트는 너무 춥다. 

토론토에 도착한 2주동안은 정말 반 폐인이었다. 시차적응이 그렇게나 무서운건지 상상도 못 했다. 잇몸이 다 헐고 하루종일 두통에 다리도 너무 무겁고 저리고, 나이탓인지 적응속도도 너무 느렸다. 방콕도 너무 자주해서 홈맘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지경까지 왔었다. 그래도 일단 초반에 유학원으로 가서 은행 계좌도 오픈하고, 휴대폰도 가입하고, 옮길 룸렌트도 계약했다. 이 모든게 토론토 도착한지 4일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리고 일주일 가량을 방콕했다는 거 ㅋㅋㅋ 어학원도 안 다니고, 워킹홀리데이도 아니고, 집순이에다가 시차적응때문에 일주일은 그냥 폐인이었다. 이 후 학교 오리엔테이션이랑 배치고사때문에 밖에 나가기 시작했다.

같이 홈스테이했던 중국인 언니랑 같이 간 하이파크, 서로 되도 않는 영어로 말을 뛰엄 뛰엄하면서 공원 한바퀴를 돌았다. 이 날 이만보는 찍었었다. 덕분에 발에 물집 대박 잡혔었다. 공원은 정말 넓었고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한국에서는 항상 시간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서 악에 받쳐 살았는데 여기에서는 그런게 없었다. 하지만 8월 중순이 되니 미친 듯이 바다가 그리워졌다. 나는 부산에서 한 평생을 살아서 매일 바다보는게 당연했고, 바다 냄새에 익숙해져있었는데 여긴 바다가 없어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발작적으로 온타리오 호수가 보이는 험버 베이파크를 갔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규모의 호수, 수평선까지 보이고 파도도 치는 호수였다. 겉보기에는 바다같았지만 결정적으로 바다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건 바다냄새였었다. 한 참을 실망감에 몸부림 치다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8월 중순에 학교 배치고사를 치고, 8월 말에는 한인오리엔테이션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이 때, 유학원에서 한국에서 캐나다로 올때 고등학교 영문 졸업장, 성적표, 그리고 어학시험 성적표 원본을 가져가야한다는 걸 공지 못 받았다. 덕분에 초중반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학원에서는 이미 원본을 폐기했고, 스캔본을 컬러로 출력해서 내보라고 했는데, 솔직히 그 부분에서 진짜 짜증이 났었다. 5월에 학교에서 정책이 바뀐걸 고지해줬는데, 유학원에서는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토론토 도착해서 유학원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유학원 카페에 들어가 공지를 보고 놀라서 한국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그제서야 정책이 바꼈다는 말을 하더라. 혹시 몰라 아이엘츠 성적표는 원본을 들고 갔기에 다행이지 성적표까지 안 들고 갔으면 정말 더 아찔 했을꺼다. 문제는 고등학교 영문 성적표 졸업증명서였다. 인터넷으로 영문 성적표가 발행이 안되서 결국에는 민원대행 서비스를 통해 발급하고 우편으로 받았다. 덕분에 70000원이나 깨졌다. ㅜㅜ 아니 영문 졸업증명서는 인터넷으로 발급이 가능하면서 영문 성적표는 발급이 안되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웃긴게 한글 성적증명서는 인터넷으로 발급이 가능하다. 학교측에서도 개인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유학원에만 공지한점도 정말 짜증이 났다. 바꼈으면 적어도 메일로라도 보내줘야하는거 아닌가?? 돈 내라는건 정말 친절하게 메일을 바로 보내면서... 성적표짤때 한국인 직원한테 왜 바꼇냐니 원래 원본 내는게 당연한거라고 그러던데, 그래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불과 5월전 입학생들한테는 요구 안하다 5월이후로 바뀌고 그걸 공지안한건 학교 잘 못이 아닌가 싶은데 힘 없는 나는 아 그렇군요 하면서 언제까지 제출하면 되냐고 기간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유학원을 백퍼센트 믿으면 안된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인생은 역시 자력갱생이다. 필요한 부분은 유학원을 이용한다고 해도 100% 안심하면 안된다는 걸 느꼈다. 여튼 서류도 제출하고 시간표도 짜고 나름 8월 후반부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토론토에서의 첫 한달은 시차적응, 멘붕, 추위, 그리고 게으름이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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