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내가 처음으로 캐나다행 결정했을 때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을 조금 하긴 했다. 친구 중에 호주 워홀 다녀온 친구에게서 들은 인종차별 경험은 가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란 인간은 한국 이외에 여행한 국가라곤 해봤자 일본이랑 필리핀이 전부이고, 인종차별을 경험할 일이 전무하다 싶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이민 국가로서 인종차별이 거의 없고, 매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캐나다 인의 인상은 정말 착하기 그지 없었다. 뭐랄까 토론토에 오기 전에 나에게는 캐나라라는 국가는 유토피아에 가까운 나라였다.  사실 그런 내 생각은 백퍼 잘 못된 거였다.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행동양식에서 삶이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깨닫지 못했다.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는데, 다시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자면...

        나에게는 비교군이 없기때문에 다른 서양권 국가 들까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주위에 아이들, 특히 타 국가에 워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말에 의하면 캐나다인의 인종차별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착한 캐나다인 정도는 아니지만 착한 건 사실이라고 한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1년 10개월을 살아오면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느낀 적은 4번 정도가 다 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내가 토론토에 도착한지 한 달도 안되었을 때였다. 던다스에서 퀸으로 걷고 있었는데, 웬 미친놈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이상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딱 봐도 미친놈이네 하고 신경을 안 쓰고 내 갈길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더니 f-word를 날리더라, 이게 왜 인종 차별로 느껴졌냐면 그때 지나가던 행인 중에 동양인은 유일하게 나였기 때문이다. 굳이 내 앞을 가로막고 그러니 미친놈이 인종차별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일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그냥 그놈이 미친놈이고 길에서 내가 젤 만만해서 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친구랑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두에 두 남자가 왜 동양인은 키가 작은지 몰라하면서 뒤에서 우리에 대해 가열차게 말하더라. 그리고 인종차별에 관한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 당시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친구가 엄청 기분 나빠하길래 왜 그러냐니 뒤에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관련된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라며 뒤늦게 깨달았다. 

    세 번째는 학교에서 교실 앞에서 앞 반 사람들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재수없는 놈이 실실 쪼개면서 니하오하며 지나갔다. 진짜 그 실실 쪼개면서 비웃는 면상은 잊을 수가 없다. 진짜 죽빵 때리고 싶었다.

    마지막은 내가 사는 콘도 로비에서 한 백인 할머니를 만났을 때였다. 아침에 친구가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는 말에 로비에 서서 친구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데 한 할머니가 뭐라 뭐라 얘기를 했다. 당연히 나는 나한테 말 거는 건지 모르고 그냥 밖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역정을 냈다. 그래서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할머니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왜 캐나다에 와서 영어도 못 하냐, 캐나다에 왔음 영어를 배워야지, 이 콘도에 반 이상이 영어 못한다 하며 역정을 내셨다. 그래서 나 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하고 말하니까 뜬금없이 겟 아웃 이러더라. 대체 왜???? 정말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다시 모른 척하니까 옆에서 스쿨버스 기다리던 다른 동양계 아이에게 또다시 캐나다 와서 왜 영어도 못하냐며 뭐라 거리니 아이가 대꾸하니까 갑자기 콘도 관리가 엉망이라면서 구시렁거리더라. 정말 그 할머니... 가끔 로비에서 보는데 그냥 피한다.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앞의 네가지의 경험을 통해 토론토에 살면서 정말 얼마 인종차별이 없을 수 없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뭐, 친구는 호주에서 날 계란도 맞아봤다는데 나는 그냥 말밖에 안 들었잖아. 그리고 토론토는 진짜 이민자 천국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개중에 있긴 하는데 아직 그렇게 심각하다는 생각은 없다. 일단 내가 학생 신분이라서 더 그런 걸 수도 있을 거 같다. 일단, 또 돈을 버는 입장에서 느끼는 건 다를 수 있으니까. 여하튼, 아직까지는 무난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다. 

 

    

반응형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