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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의 꽃이라고 하면 역시 석식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했던 저녁 시간이되고, 직원이 식탁을 정리해 줬다. 고라쿠엔 료칸은 가이세키요리를 직접 방안으로 가져다 준다. 체크인 시 메인메뉴를 뭐로 할지 물어보는데 나랑 친구는 소고기를 또 다른 친구는 생선요리를 메인메뉴로 골랐다.

가이세키 요리 순서를 적은 종이를 주는데, 난 한문 까막눈이라서 읽을 수가 없었다.


식전주와 회, 그리고 에피타이저같은 차가운 음식이 먼저 나온다. 신선한 회가 괜찮았지만, 갯가재인가? 그건 너무 비려서 먹기가 힘들었다.



친구랑 식전주를 한 잔하고 왠지 아쉬워 직원에게 사케를 추천해달고 했다. 사실 긴장했다. 너무 비싼걸 추천해줄까봐, 하지만 직원은 오늘 음식에 맞는 사케로 오타루 사케를 추천해줬고, 내가 걱정한 것과 다르게 적당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음식과 정말 잘 맞았다.


처음 나온 음식들을 다 먹어갈 즈음에 귀신같은 타이밍으로 다음 음식을 방으로 가져다 주셨다. 우리랑 같이 방안에 있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음식을 먹는 도중에 새로운 메뉴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 먹고 한 참을 기다려서 다음 음식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닌 정말 신의 타이밍이었다.

아침에 킹크랩을 먹었는데 또 게가 나왔다. 고라쿠엔의 가이세키요리는 정말 심하게 해산물과 생선 위주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타노구루메는 안 갔을 껀데. 나랑 친구들은 그렇게 해산물과 생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심지어 한 친구는 생선 먹는 걸 너무나 힘들어해서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전에 간 료칸 두 곳은 이렇게 치우치게 생선과 해산물로 메뉴들이 구성되지 않았는데 고라쿠엔의 가이세키 요리들은 너무나 생선과 해산물에 치우친 메뉴구성이었다.

내가 선택한 메인메뉴인 스테이크, 너무 생선이랑 해산물만 나오다가 갑자기 고기가 나오니 밸런스도 깨지고 맛있는 고기였지만 코스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난 당연히 메인 메뉴에 따라 구성 메뉴들이 다를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메인 메뉴를 먹은 후에 밥과 미소시루랑 쯔께모노가 나왔다. 이미 배가 가득 차서 밥은 많이 먹지 못하고 남겼다. 왜 가이세키 요리는 밥이 나중에 나오는지 항상 의문이다. 뭐 밥부터 먹음 메인메뉴를 먹지 못 했을꺼지만.

석식의 마무리, 무화과 케익과 유바리 메론 그리고 차 한잔으로 식사를 마쳤다.

저녁을 다 먹으면 테이블을 치우고 이불을 깔아준다. 세번째 료칸 체험이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이불을 깔아주는 걸 직접 보았다. 전에 간 곳들은 다 별도의 석식처에서 밥을 먹고 오면 이미 이불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이불을 까는 것도 정말 세세하고 정성드려 깔아주셔서 몸둘봐를 모르겠더라.

침대 못지 않은 푹신함.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 거리다 방에 딸린 개인 노천탕에 반식욕하니 배가 출출해졌다. 고라쿠엔은 료칸 로비에 야식으로 유부초밥을 준비해 놓는다. 

은은한 조명으로 밝혀논 로비에서 하이에나처럼 유부초밥을 들고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방안에 준비된 다기로 녹차를 우리고 유부초밥을 먹었다.


사실 조금만 먹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번 더 가지러 갔었다. 유부초밥 성애자인 나에게 정말 천상의 음식이었다. 그리고 정말 맛있기도 맛있었다.

아침은 별도의 조식처에서 먹었다. 조식처에서 보이는 눈 쌓인 풍경이 제법 운치있었다.

직원이 안내 해준 우리 자리


테이블에 밥과 죽통을 통채로 놓아둬서 죽과 밥 준비되있어, 먹고 싶은 만큼 덜어서 먹으면 된다.


조식까지 너무 생선과 비린 음식 위주라서 놀랐다. 저녁도 너무 생선과 비린 음식들의 향연이었는데 아침 마저 이럴 줄이야. 하필이면 이날 초밥집도 미리 예약을 했었는데, 생선 먹는거 힘들하는 친구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


테이블에 따로 준비된 식사와 별도로 온센타마고, 나또, 김 그리고 음료수는 셀프로 마음껏 들고 와서 먹을 수 있었다. 날달걀이랑 반숙을 극혐하는 나이지만 이상하게 일본의 온센타마고랑 반숙 계란은 너무나 맛있다.

고라쿠엔의 석식 그리고 조식은 너무 생선과 해산물 위주라서 비린거 잘 못 먹는 나는 조금 힘들었다. 내 친구는 많이 힘들어 했고, 메인 메뉴만 달랑 스테이크가 나올 줄은 정말 예상 못 했다. 그리고 조식마저 생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 음식때문에 힘들었다. 생선과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라쿠엔의 석식, 조식이 괜찮을 수도 있지만 만약 비린거에 내성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많이 버거울 꺼 같다.

고라쿠엔의 전체적인 평은 개인 노천탕, 대욕탕, 그리고 산책로랑 풍경은 정말 더할 나위없이 만족했지만, 석식인 가이세키요리랑 조식은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2017/10/03 - [여행/2017.03월 홋카이도] - 오타루 고라쿠엔 료칸에서 하룻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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